제가 장기숙박하고 있던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닫게 돼서 인근 유스호스텔을 전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베이징에서 집을 렌트할 생각도 해보긴 했었는데, 중국은 한국처럼 원룸이나 투룸의 단위로 방을 임대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아파트의 형식으로 되어 있고, 모르는 사람들과 집을 쉐어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집 렌트는 금방 포기해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거실 하나에 방 세 개가 있는 아파트의 경우, 방 하나만 빌려서 사는 것이기 때문에 거실, 욕실 등은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형태인 것입니다.

언젠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서 방을 몇 군데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다른 방에는 젊은 외국인 부부가 살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식의 홈 쉐어는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처음에 살던 게스트하우스에서 장기숙박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곳에는 저 말고도 각국에서 온 외국인들이 다양하게 있다보니 기숙사나 홈 쉐어 해서 사는 것보다는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게스트하우스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다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칭화대 수업을 들어야하기 때문에 우다오코우를 벗어날 수 없어서 근처에 있는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알아보려고 했는데, 당장 며칠 안에는 빈 침대가 없어서 대중교통 30분 거리 내에 있는 곳을 알아봤습니다.

택 기준은 1)저렴한 가격 2)북카페 분위기의 공동공간 3)대중교통 접근성 이었는데, 西直门站[시즈먼역] 부근의 <北京豌豆尖儿青年旅舍>라는 곳에서 먼저 묵어보기로 했습니다.


위치는 칭화대에서 버스로 40분 정도 거리였습니다.

베이징의 서북쪽에 위치해 있고, 시즈먼 전철역에서 가까워서 칭화대 수업 들으러 가기도 편해 보였습니다.

북경사범대 수업도 청강할 생각인데 오히려 북경사범대에서 완전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이두 지도에 숙박비도 같이 표시되어 있었는데 최저가가 65위안부터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부킹닷컴이나 인터넷 검색해보니 최소 70위안 이상 줘야하던데 이 가격은 대체 어딜가면 누릴 수 있는 가격인지 모르겠습니다.

시즈먼역이 환승역이다보니 역 안에서 걷는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처음 게스트하우스에 찾아갔을 때는 일부러 버스를 이용해봤습니다.

우다오코우에서 버스 승차하는 건 무척 간단한데 시즈먼 근처에 내려서 게스트하우스까지 거의 1km에 상당하는 거리를 걸은 것 같습니다.

길도 직선 코스가 아니라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 하는 길이라서 버스는 영 다시 이용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바이두 지도를 보면서 열심히 걷다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간판 발견했습니다. 어떤 빌딩이 있는 마당 안 한쪽 귀퉁이의 낯익은 초록색 간판을 발견한 것입니다.

그 초록색 간판이 게스트하우스 입구인데 작아도 너무 작았습니다. 도 원래는 직진하려다가 이쯤에서 오른쪽으로 길이 있어야하는데 하면서 돌아봤더니 저멀리 눈에 익은 글씨가 있어서 알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지도에는 오른쪽으로 꺾으라고 돼있는데 길이 아니라 어디론가 대문으로 들어가야하는 구조였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공동공간이 있고 프런트가 있습니다.

프런트가 바처럼 카페같은 것도 겸하고 있어서 옆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는 손님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리고 프런트 앞에는 흰 고양이가 몸을 똘똘 말고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습니다.

직원에게 예약하고 왔다고 말하고 보증금 100위안(보증금은 현금만 가능)을 냈습니다. 숙박비까지 지불하고나서 방키와 이불 등을 건네받았습니다.

저는 부킹닷컴에서 76.5위안에 예약했는데 저랑 거의 동시에 온 다른 손님은 75위안을 지불했습니다. 

제가 제일 싸게 예약한줄 알았는데 어딘가 더 저렴한 곳이 있었나봅니다.

방키는 전자카드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예약한 방은 여자 6인실인데 방문마다 카드키를 찍고 들어가도록 되어있습니다.

방문 앞의 복도에는 나무벤치에 방석을 얹은 길다란 소파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공동공간 외에 복도에도 의자가 마련되어 있으니 굳이 방안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방에 갔더니 사람도 있고, 잘 시간도 아니었는데 불이 꺼져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침대 사람이 폰으로 드라마 보느라 불을 끄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침대마다 작은 조명이 달려 있어서 짐을 푸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일단은 잠자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머무르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인지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옷만 갈아입고 밖으로 바로 나왔습니다.

공동 공간에는 중앙에 큰 테이블도 있고, 소파도 있고, 벽을 보고 앉는 바 형태의 테이블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벽 보고 앉는 바 형태의 테이블을 택했습니다.

옆에 스탠드형 에어컨이 있어서 온풍이 틀어져있었는데 중국 남학생 한명이 오더니 그 앞에 아예 자리를 잡고 계속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온풍을 쐬면서 저한테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혼잣말하는 줄 알고 대꾸를 안 했는데 계속 듣다보니 제 노트북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계기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좀전에 숙박비 결제할 때 다른 사람이 낸 방값은 가격이 달랐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온풍기 앞의 그 남자에게 어디서 예약하고 온거냐고 물어봤더니 美团[메이투완]에서 했다고 알려줬습니다.

거기가 싸다고 해서 들어가봤더니 정말로 여자 6인실이 특가로 75위안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뭐 어쨌든 가격은 다른 곳에 비하면 정말 저렴한 편이고, 공용 공간의 환경도 대체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 것은 무리일 정도로 인터넷이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끔 고양이가 노트북 위에 올라오는 때도 있습니다. 제가 저곳에 앉아 있는 동안 세 번이나 올라와서 어슬렁거렸습니다.

한번은 키보드를 뭘 어떻게 밟았는지 고양이가 지나가고 나서 화면이 까맣게 꺼져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 기타 시설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 보자면, 세탁실의 경우 따로 마련되어 있긴 한데 사용시 매 회마다 10위안을 따로 내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습니다. 자발적으로 프런트에 와서 내라고 쓰여있던데 다들 잘 실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복도에는 밤11시 이후에 복도 불을 켜지 말라고 써붙여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야행성인데, 이걸 보니 아무래도 이곳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거나 일하는건 무리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세면대는 밖에 그냥 노출되어 있습니다. 복도 맨끝이 그냥 세면하는 곳입니다.

화장실은 칸이 많긴한데 남여 구분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아마 다들 잠든 밤에 혼자 가기는 무서울 듯합니다.

욕실은 말로 설명하긴 힘든데 남여 구분된 욕실칸이 네다섯개씩 좌우로 줄지어 마주보고 있습니다.

중간에 벽 같은게 없어서 샤워하고 문열고 나오면 바로 앞이 남자 욕실칸이라 뭔가 민망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공용공간에서 현지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대화할 기회도 많아서 교류 목적으로 가끔 가서 묵는 것은 좋을 것 같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