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포스팅에서 중국에서 집을 렌트해서 사는 것에 대해 소개를 해드렸었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너무 안 좋게만 말씀드렸던 것 같습니다.
거의 안 좋은 점 뿐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오늘은 장점도 몇 가지 소개해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같은 아파트 안에서 이사를 했습니다.
사진에서 왼쪽의 분홍색 건물에서 오른쪽의 붉은색 건물로 이사를 했는데 '화칭가원'이라는 같은 이름의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가격도 가격이지만 내부 환경이 너무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오른쪽 건물이 먼저 건축되었고, 왼쪽이 나중에 추가로 지어진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집을 사는 사람의 취향대로 내부 인테리어나 시설들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집 내부 환경만 가지고는 오래된 건물인지 여부를 판단하기를 어렵지만, 복도나 엘리베이터 등을 보면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가 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베이징의 여러 동네 중에서도 오도구의 집값이 비싸다고 소문나 있고, 오도구 중에서도 사진의 왼쪽 건물의 아파트가 제일 비싸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저는 이 아파트에서 유스호스텔을 운영한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 있었던 덕분에 잠깐이나마 비싼 곳에서 살아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왼쪽 단지 안에는 매점도 몇 개 씩이나 있고 스포츠클럽 등 다른 시설들도 많이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오른쪽 단지 안에는 매점도 없고, (하나 있었는데 간판만 덩그러니 남은 걸 보니 최근에 문을 닫은 것 같습니다.) 다른 시설도 없고, 있는 것이라곤 고작 조그만 놀이터 뿐입니다.
왼쪽 단지에도 물론 놀이터가 있는데, 그쪽은 넓기도 하고 바닥에 고무 같은 것도 깔려 있습니다.
어쨌든 시설 소개는 이쯤으로 하고,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나름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가격 대비 위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절대적인 기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왼쪽 건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싸다는 말입니다.
전체적으로 오도구의 아파트들이 다른 동네에 비하면 말도 안 되게 비싼 편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곳으로 이사올 것을 결정한 이유는 바로 '위치' 때문입니다.
칭화대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멀리 벗어날 수는 없고, 만약 조금 싼 곳을 찾아서 다른 동네에 살 경우 수업을 빠지고 학교에 안 갈 확률이 높을 것 같았습니다.
원래 같은 유스호스텔에서 함께 지내다가 베이징의 대사관이 많은 동네 산리툰으로 옮겨가 살게 된 미국인 친구에게 제가 사는 곳에 대해 푸념을 한 적이 있는데, 제 이야기를 듣더니 "너는 그 돈을 써서 집의 좋은 '환경'보다는 좋은 '위치'를 구입한 것이니 너무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저의 생각을 바로잡아 주었습니다.
틀린 말도 아닙니다. 칭화대 근처에 살아야 한다는 것은 고정된 사실이니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위치'가 맞습니다.
사실 아파트 위치 자체는 정말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칭화대 남문 바로 앞 3분 거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집이 학교 근처에 있어서 학교 식당에서 10위안 이하의 비용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으니 이것도 나름 장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장점은 근처에 '초등학교'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다분히 개인적인 선호에 의한 의견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제 방 바로 옆이 계단, 그리고 그 옆이 복도, 그리고 그 다음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이라서 시도때도 없이 엘리베이터 움직이는 소리가 '웅~' 하면서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처음에 이 소리 때문에 너무 신경이 쓰여서 힘들었는데 요즘은 나름 방법을 터득해서 잘 때 이어폰을 끼고 자고 있습니다.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이어폰을 귀마개처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꽤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되었는데 언제부턴가 아침에 초등학교 아침 조회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가까이 있는 건물 뒤편에 멀리 자욱한 미세먼지 속에서 뿌옇게 보이는 건물이 바로 인근의 초등학교 입니다.
이 사진은 예전에 화칭가원 아파트 왼쪽 단지에 사는 중국 친구집에 잠시 얹혀 살 때 찍어둔 것입니다. 제 방에선 초등학교가 안 보입니다.
이어폰 끼면 웬만한 소리는 안 들리는데 초등학교가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또는 마이크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그 소리가 이어폰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특히 어제는 잠들기 전 기억에 의하면 분명 일요일이었는데 선생님이 마이크 잡고 운동장에서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 소리가 아침부터 들려왔습니다.
가만히 누워서 들어보니 운동회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분명 일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반쯤 잠든 정신으로 계속 고민을 했습니다. 아, 오늘 월요일이었나보다 이러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마이크로 하시는 말씀을 계속 들어보니 부모님들도 함께 참석을 해서 운동회 경기 종목에 아이들과 함께 참가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오늘 일요일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을 참석하도록 하기 위해 운동회를 일요일에 개최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점심 때는 다들 흩어져서 점심을 먹느라 잠시 운동회가 중단되었는지 점심시간에 조용해졌다가 오후가 되어 마이크 소리가 다시 이어졌습니다.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꽤 유쾌해지기 때문에 전부터 초등학교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살아보고픈 로망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사는 곳은 운동장이 보이지는 않지만 매일 아이들이 하교할 때 즐거워하는 소리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만약 제가 이곳에 장기간 산다면 소음으로 느껴져서 힘들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앞으로 4개윌 뒤면 이곳을 떠날 것이므로 그냥 유쾌한 소리로만 들립니다.
어제의 운동회 외에도 평소에는 월요일 아침마다 조회를 하고 수요일 쯤엔가도 운동장에 모두 나와서 무언가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마이크 잡고 말씀하시는걸 방에서 듣고 있는 것이 재미있어서 요전에는 녹음까지 했었습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주변 소음을 듣고 싶지 않아서 이어폰 끼고 음악 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국에 있는 동안은 이어폰은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버스에서든 카페에서든 한국에 가면 다시 듣지 못할 '중국의 소리(ㅋ)'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매순간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기억해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버릇이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고, 위에서 말씀드린 산리툰에 살고 있는 미국인 친구의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친구는 저보다 훨씬 중국어도 잘 하고, 구사하는 단어도 완전 고급 단어들이 많은데, 이 친구가 항상 밖에 같이 다니면 이건 공짜 중국어 수업이라고 하면서 주변 사람들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남들 하는 말을 따라하곤 했었습니다.
저도 아마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장점은 긴급한 상황에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며칠 전 친구와 점심 약속이 갑자기 잡혀서 급히 준비하고 집에서 나오다가 그만 열쇠를 깜빡하고 나와버렸습니다.
중국 아파트 현관문은 밖에 나와서 쾅 하고 닫아버리면 자동으로 그대로 잠기는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 사는 곳도 그런 식인데 열쇠를 책상에 그냥 두고 나온 것이 현관문을 쾅 하고 닫고나서야 생각이 났습니다.
달리 다시 열고 들어갈 방도가 없어서 일단 친구를 만나 점심을 먹고 그 뒤에는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면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 귀가하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메시지도 보냈습니다.
해석하자면 이런 대화입니다.
나: 너희 ***에 있니? 나 열쇠를 깜빡하고 그냥 나왔어.
하메: 있어...
나: 오, 나 5분 뒤쯤 도착할 것 같은데 문 좀 열어줄 수 있어?
혼자 사는데 열쇠 안 갖고 나왔으면 열쇠집 아저씨 부르거나, 집주인한테 찾아가서 예비 키를 받건거나 아무튼 큰 일 치를 뻔 했습니다.
그래서 요런 때는 같이 사는 사람이 있는 것이 나름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보니 저는 꽤나 긍정적인 성격이었나 봅니다.)
예전에 처음 이사 왔을 때 너무 당혹스러웠던 것은 욕실의 샤워기 손잡이 부분에서 물이 줄줄 샌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는 부분의 물이 사방으로 뻗어나가서 옷을 입은 채로 머리만 감거나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상황이었습니다.
샤워기 호스 부분도 은색 스테인리스가 아니라 고무 재질로 되어 있는 것이었는데 사용하기도 영 불편했습니다.
원래 살던 사람들은 왜 이런 것들을 집주인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그냥 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주방의 뜨거운 물 나오는 수도관 같은 곳에서 물이 새서 집주인에게 연락할 일이 생겼습니다.
다른 방 친구가 저에게 주방 물이 새니 당분간 그쪽 뜨거운 물은 쓰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집주인에게 이야기해서 오후 쯤 고칠거라고 하길래 저도 사람 부르는 김에 욕실 샤워기도 좀 바꿔야겠다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마 집주인은 이곳에 올 일이 없어서 상황을 모르니 욕실이 이런 상황이라고 이야기해줘야 할 것 같다고 그 친구에게 말했습니다.
그 친구가 정말로 샤워기 이야기도 전달했는지 집주인이 흔쾌히 샤워기를 바꿔주었습니다. 이렇게 금방 바꿀 수 있는 걸 왜 지금까지 그냥 지냈을까요.
아무튼 집주인에게 연락하는 것 뿐 아니라 전기세, 인터넷 신청 및 결제까지 같이 사는 친구들이 해결을 해줘서 이런 부분은 외국인인 저로서는 꽤 많이 도움받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생각나는 장점이라곤 이게 전부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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