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중국어 실력에 대해 '중국어 고급자'라고 말하는 것도 좀 우습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중급자'인 것도 아니기에 일단 그냥 '애매한 중국어 고급자'라고 해두겠습니다.

처음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칭다오에 어학연수를 왔을 때는 중국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셀 줄도 모르는 상태로 중국에 왔었고, 딱히 어느 수준까지 열심히 배워서 돌아가야겠다는 목표 의식도 없었습니다.

칭다오대학교에서 대외한어 연수 과정을 다녔었는데, 한 반에 25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는다고 하면 그 중 20명 정도가 한국인이었습니다. 그 외에 일본인 2명, 미국인 1명 등등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업은 한국에서 중국어 학원을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그래서 어학당 수업도 빠지기 일쑤였고, 학교 밖에 나갔을 때도 저보다 중국어를 잘 하는 언니나 오빠들에게 의존하기만 해서 중국어가 잘 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저의 중국어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중국에 있는 어느 한국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되어 다시 중국에 왔을 때였습니다.

그 회사의 공장을 제외한 사무실에는 약 30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그 중 저를 포함한 다섯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국인이었습니다.

회사 내부는 물론이고 물론 거래처도 모두 중국인들과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그 때는 더 이상 중국어를 더 잘 하는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뒤로 숨을 수도 없었습니다.

특히 힘들었던 것은 전화 통화였는데, 전화기로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뉘앙스를 잘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듣기 실력이 수직 상승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는 같이 있었던 다른 한국 사람들이었는데, 제 위의 과장님이나 전무님, 사장님 모두 정식 교육 과정을 통해 중국어를 배운 거이 아니라, 현지인들과 부딪혀가면서 그때 그때 중국어를 습득한 것이기 때문에 발음이나 성조가 부정확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중국인들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니었고, 오히려 현지인과 같다고 할 정도로 발음이 자연스럽고 말도 빨랐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부정확한 것들이 수두룩했습니다.

아마 현지인들도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는 있었기 때문에 틀린 부분이 있어도 바로잡아주지 않고 그냥 넘어가다보니 그 분들의 발음도 틀린 것을 모르고 그렇게 굳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저도 어학연수할 때 기초를 별로 열심히 하지 않았고, 정말로 중국어가 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인턴으로 오고나서부터이니 그 분들과 비슷한 패턴으로 중국어 습관이 자리잡혀 갔습니다.

그야말로 기초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생활 속에서 상대방이 말한 단어나 문장들을 바로바로 머리 속에 입력해나가기에 바빴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는 단어나 문장의 성조 또는 발음이 맞는 것인지 따로 확인할 시간도 가지지 못한 채 그대로 저의 중국어로 굳어져버렸습니다.

가끔 저에게 중국어 배운지 얼마나 됐냐고 묻는 현지인들이 있는데, 사실 저는 중국어 배운지 몇 년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상황입니다.

제가 중국어 '교육'을 받은 것은 처음 중국어를 시작했을 때 칭다오에서 어학연수를 한 것이 전부였고, 그 뒤로 중국에 다시 와서 인턴으로 1년 일을 했고, 그 뒤로는 쭉 한국에 있었는데 거의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중국어를 사용하게 된 것은 대학원에 오고나서부터인데, 중국어를 처음 배우고나서 흐른 시간을 따지자면 이미 10 여 년 전의 일이지만 그 사이에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니,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 돼서 아무렇게나 말해버리고는 합니다.

어쨌든 중국 인턴 시절에 현지에서 직접 부딪혀가면서 중국어를 배운 것이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 전까지는 마치 토익이나 HSK 시험 준비를 하는 것처럼 반드시 책을 열심히 봐야 중국어 실력도 늘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인턴 시절은 그런 사고의 틀을 완전히 깨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 와서도 중국에 한 달 씩 올 기회가 몇 번 있었는데, 한국에 있는 동안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은 긴 공백이 있었음에도 자연스럽게 다시 중국어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예전에 현지에서 부딪혀가며 배운 경험 덕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중국어는 (그것의 정확함과는 별개로) 모국어와 같다고 할 정도로 말하는 데에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가끔 집에 와서 낮에 친구와 했던 대화를 돌이켜볼 때 머리속에 입력되어 있는 대화 내용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가끔 한국어로 대화했었다고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하하)


그런데 최근 칭화대에 오고나서 중국어 말하기는 저에게 약간의 스트레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칭화대에 온 것이 세 번 째인데, 이곳 사무실 선생님이 우스갯소리로 항상 하시는 말씀이, "너는 3년 전에 처음 만났을 때 중국어를 제일 자연스럽게 했었고, 그 다음해 다시 만났을 때는 그 전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지금은 이 때까지 중에서 중국어를 제일 못하는 것 같다."라구요.

이런 농담들에 대해서 처음에는 그냥 웃고 넘어갔었는데 지금은 점점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단어량은 방대하지만 그에 비해서 실제로 말로 구사할 때의 성조나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문법도 어떤 때는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도 종종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실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금 할 말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 제가 3년 전 그 분을 처음 만났을 때 예를 들어 천 개의 중국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면, 오랜만에 중국어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그 범위 내에서만 말하기를 시도해서 상대방이 듣기에는 자연스럽게 들렸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작년이나 지금은 중국을 오가면서 알고 있는 중국어가 예를 들면 만 개로 늘어났고, 어디선가 들어보기는 했지만 직접 말해보지는 않았던 어휘나 표현들을 시도하려고 하니 상대방이 듣기에는 예전보다 버벅대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발음이나 성조, 문법 기초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아마 몇 년 째 중국어 회화 실력이 제자리 걸음인 것도 기초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기초와 관련된 이 문제가 바로 요즘 저의 중국어와 관련된 고민입니다.

물론 그 해답은 '기초부터 다시 꼼꼼하게 공부하라' 이겠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에 와 있다보니 밖에서 사람들과 직접 교류하는 시간을 늘리고 싶은데, 그렇게하다보면 상대적으로 책 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니, 기초 다지기는 계속 미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어 기초 점검을 하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남겨 공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 같습니다.

아, 원래는 중국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쓰려고 했는데 전반부 이야기가 너무 길었습니다.

후반부 남은 내용(중국어 또는 외국어 공부하는 방법)은 다음에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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